티스토리 뷰

한국사

고구려는 왜 멸망했나?

01_12song 2020. 4. 3. 06:18

" 너희는 절대로 벼슬을 탐내어 서로 다투지 마라. 서로 반목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서기 665년, 연개소문이 죽기 전에 아들 삼 형제에게 남긴 유언입니다.
연개소문에게는 남생, 남건, 남산 세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사이가 나쁨을 잘 알기에 위와 같이 말한 것입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연개소문이 죽은 뒤 남생은 대막리지가 되어 고구려의 실질적 통치자로 나섰습니다. 그러자 고위직에 있던 둘째 남건이 그런 형을 질투하며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나도 최고 권력자가 되고 싶어.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남생이 지방을 둘러보러 성을 비운 사이, 남건이 일을 벌였습니다. 남생의 아들을 죽이고 자신이 대막리지로 올라선 것입니다. 지방에서 그 소식을 들은 남생은 크게 분노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곧바로 당나라에 항복했거든요.
"잘 왔소이다."
당나라 정부는 남생을 환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개소문이 살아있는 동안 감히 고구려를 넘보지 못했는데 그의 맏아들이 자진하여 항복했기 때문입니다. 당나라는 남생을 통해 고구려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연개소문도 없고, 권력 다툼에 빠진 고구려를 칠 기회다!"
666년 12월에 당나라는 제3차 고구려 원정군을 일으켰습니다. 남생은 동생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기꺼이 고구려 정벌의 앞잡이로 나섰습니다. 조국에 대한 반역이었지만 남생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당나라는 이듬해 신라에게 연락해서 고구려를 공격하라고 했습니다. 신라 김유신 장군은 20만 군사를 거느리고 고구려 공격에 나섰습니다.
고구려는 여전히 강한 나라였지만 연개소문이 통치할 당시만큼이나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당나라와 신라의 100만 대군이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해오자 상대하기 벅찼습니다. 고구려의 여러 성이 차례로 무너지고 668년 7월에는 평양성이 신라 • 당나라 연합군에게 포위되었습니다.고구려는 한달이 넘도록 평양성을 굳게 지켰습니다. 신라와 당나라가 보기에 평양성 공략은 쉽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래 보였습니다.
그러나 고구려의 평양성은 안에서 금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구려 지도부가 두 가지 의견으로 갈라져 대립했으니까요.
"끝까지 싸워 저놈들을 물리쳐야 한다!"
"병력이 너무 부족하니 항복하는 게 낫습니다."
남건은 계속 맞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동생 남산은 일단 항복한 뒤 재기할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 차례 대화해도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각자 알아서 처신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내가 나가서 협상을 해 보겠습니다."
남산은 성 밖으로 나가서 당나라에 화해를 청했습니다. 당나라는 화해의 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구려를 더욱 얕잡아 보았습니다. 성안이 있는 대부분의 고구려 사람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여전히 맞싸우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사람들은 싸울 의욕을 잃고 자기 살길을 찾았습니다.
"적군이다!"
9월 26일 새벽, 평양성 성문으로 신라 • 당나라 연합군이 쏟아녀 들어왔습니다. 적군과 내통한 누군가가 성문을 열어 준 것입니다. 성안 곳곳에서 피 튀기는 살벌한 전투가 벌어졌으나 고구려의 운명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드디어 평양성을 점령했노라!"
그날 고구려는 멸망했습니다. 고구려 국왕을 비롯햐 남건과 남산 형제, 수많은 대신과 장수 그리고 백성 등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포로가 되어 당나라 장안성으로 끌려갔습니다.
고구려가 멸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슴니다만 가장 큰 것은 연개소문의 족벌 정치입니다. 능력에 상관없이 세 아들을 고위직에 임명함으로써 유능한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세 아들은 서로 다투기만 하다 나라를 망하게 했으니까요. 어쨌든 고구려가 명망하면서 우리나라의 영토는 한반도로 좁아졌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